이호중(37세, 백운산 녹차원 대표)

나는 아주 어려서부터 도사가 되는 것이 꿈이어서 내가 나이를 먹고 나 자신의 경제력이 생기면 스승을 찾아 모시면서 깨끗이 때묻지 않는 그런 삶을 동경했다. 그래서 조용한 것을 좋아하고 조용히 살려고 노력을 하면서 자랐다.
그러다가 소설 <단(丹)>책을 통해 선생님을 알고 마음속으로 만나 뵙기를 원하던 중, 1989년 6월경에 연정원 전주교육장에서 처음 뵙게 되었다. 교육시간에 선생님의 첫 말씀은

"나는 학인(學人)입니다."

였다. 이 말이 엄청나게 무서운 말이란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그러시면서

"누군가 공부가 된 이가 나오시면 난 그만 쉬고 싶습니다."

라고 하시는 것이었다. 보통 사람들은 이름 좀 있다 싶으면 하늘에 별이라도 된 듯한 착각속에 사는데 처음 대면한 선생님에게서는 전혀 그러한 인상을 받지 못하였고 오히려 마냥 편하고 인자한 할아버지이면서 약간 남다른 모습이 느껴질 뿐이었다. 정말 너무도 겸손한 분이었다.
연정원 교육을 받은 다음해 서울 연정원에서 여러 사람과 함께 다시 선생님을 뵙고 얘기할 기회를 가졌다. 그때 선생님은 자리에 앉은 여러 사람을 죽 둘러보시더니

"아 이중에 자기 혼자만 깨끗하게 닦고 조용하게 살려고 하는 사람이 있거든 다른 데로 가세요. 지금 시중에 신선 도사 가르치는 곳이 많이 있으니 거기 가서 배우시오. 나는 머리 밝혀서 사회에 참여하여 다같이 잘 살아가는 공부를 가르치는 사람이요."

라고 말씀하시는게 아닌가? 무슨 뜻으로 이런 말씀을 갑자기 하시는 것인지 그날 다른 사람들은 내심 어리둥절 했으리라. 그러나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바로 내 마음을 그대로 뚫어꿰시고 나를 향해 날리는 직격탄임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속마음을 들킨 내 심정은 참으로 착잡했다. 창피하기도 하고 혼란하기도 했다. 이십년이상 묵혀 온 내 인생의 항로를 수정해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 일대 전환의 기로에 서서 한동안 고민에 빠졌다. 정말 다른 데로 가서 배워야 하나? 하지만 결국 선생님 말씀이 옳은 것 같아 한동안 방황하던 내 생각을 고쳐먹고 다시 선생님을 찾아갔다.


* 엮은이 글   누구나 봉우선생님을 만나 뵙고 나면 우선 그 나이에 걸맞지 않은(?) 극도의 겸손함에 깊은 인상을 받게 된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절이나인사를 받으시면 반드시 그냥 받지 않고 맞절이나 맞인사로 받으셨으며 말씀은 꼭 존대말로 응대하셨다.
선생님 문하에서 공부하던 사람들이 스승님이라 칭하는 것도 탐탁치않게 여기셨는데, 이 일화에서 보듯 당신은 늘 학인(學人), 즉 배워나가는 길위에 있는 사람이지 다 배워 완전한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을 철두철미 지니고 계셨던 것이다.
어찌보면 배우는 사람들이 자신을 우상화하고 신격화하려는 것을 근본적으로 경계하고, 도인(道人)이란 결국 길위의 사람이며 끝없는 길을 향해 걸어가는 者임을 가르쳐주신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