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33세, 동지한의원 원장)

벌써 16년 전의 일이다. 1986년 고등학교 2학년때 선생님을 처음 뵈었다. 서울 연정원 교육장에서 선생님 강의를 들었는데 첫눈에도 87세의 노인답지 않은 형형한 안광(眼光)이 인상적이었다. 얼굴에 잔잔한 미소가 흐르지 않으면 사실 보통 사람들이 견뎌내기 힘든 무서울 정도의 광선이 두 눈에서 발산되고 있었다.
도인은 눈으로 모든 것을 말한다더니 적어도 봉우선생님의 눈빛은 거기에 부합하는 듯 일단 눈길만으로도 좌중을 압도하기에 충분하였다.

그런데 선생님 강의를 듣는 내내 특별히 느껴지는 것이 하나 있었다. 선생님이 시종일관 나만 쳐다보고 말씀을 하시는 것이었다. 내가 선생님을 쳐다보고 있으면 선생님도 강의를 하시며 나를 뚫어져라 응시하시는 것이었다. 일부러 다른 곳을 보다 다시 선생님께로 고개를 돌리면 역시 나를 보고 계신다. 참 이상했다. 왜 나만 저렇게 보고 계실까? 하는 느낌이 강의시간 내내 들었던 것이다.

강의가 끝난 후 나는 옆자리의 다른 사람들에게 내 느낌을 전했다. 그랬더니 그들도 나와 같은 경험을 했다고 하는게 아닌가? 그들 또한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선생님의 눈길이 강의시간 동안 계속되어졌다는 것이다. 참 이상한 일이었다. 선생님이 무슨 집단 최면술 같은걸 우리 여럿에게 동시에 걸으신 걸까?

아니면 한꺼번에 여러 사람에게 시선을 발사하는 어떤 알지 못할 능력을 갖고 계신가? 하는 의문이 생겼다. 내가 확실히 느꼈던 것은 나에게만 집중되는 선생님의 강렬한 시선이었는데, 그런 느낌이 어떻게 같은 자리에 똑같은 강의를 듣고 있던 다른 사람들에게도 똑같이 공유될 수 있단 말인가?

나는 아직도 그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다. 봉우선생님을 생각할 때면 지금도 그때의 그 형형했던 눈빛이 떠오른다.

* 엮은이 글   봉우선생님의그 형형했던 눈빛!  그 눈빛과 마주친 수많았던 만남들, 이들의 신비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는 지금도 수수께끼로 남아있다.  아마도 정신과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과제로 남겨놔야할 듯.